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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소리(어반 사운드) 채집의 모든 것

📑 목차

    도심 속 삶을 기록하는 가장 감각적인 초니치 취미

    도시 소리, 즉 어반 사운드(Urban Sound) 채집은 눈에 보이지 않는 도시의 결을 소리로 수집하는 기록형 취미다. 풍경은 사진으로, 감정은 글로 기록한다면, 도시의 삶은 소리로 기록할 수 있다. 사람의 대화나 음악이 아니라 도시의 배경을 이루는 미세한 소리들―지하철 도착음, 버스의 압축 공기 배출음, 상가 셔터가 올라가는 쇳소리, 카페 에스프레소 머신의 지직거림, 공사장 진동, 빗방울이 간판에 부딪히는 소리, 심야의 아파트 복도 잔향, 오래된 엘리베이터 모터음 같은 소리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 취미는 단순히 ‘소리를 녹음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장소의 공기와 시간의 결을 채집하는 일에 가깝다. 도시는 늘 변화하기 때문에 어제와 오늘의 소리가 다르고, 계절·시간대·날씨에 따라 장소의 음향적 분위기는 새롭게 변한다. 이런 변화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도시는 더 이상 익숙한 배경이 아니라, 청각적 풍경이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초니치 취미답게 장비와 기술적 요소가 많고, 기록 방식과 편집 방식에 따라 결과물이 다양하게 달라진다. 하지만 한 번 흐름을 익히면 누구나 자신만의 ‘도시 소리 아카이브’를 만들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사운드 다이어리·브금 제작·영상 배경음·전시 콘텐츠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도시 소리 채집의 철학부터 장비, 채집 루틴, 편집, 분류 체계, 아카이브까지 모든 단계를 완전 해부해 ‘바로 실전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전문 가이드’로 정리했다.

    도시 소리(어반 사운드) 채집의 모든 것도시 소리(어반 사운드) 채집의 모든 것


    1. 도시 소리를 채집하는 이유 – 기록성과 감각의 교차점

    도시 소리는 흔하지만, 동시에 기록되지 않으면 금방 사라진다. 오래된 상가의 셔터 소리, 구형 버스의 엔진 진동, 낡은 지하철 출입문 소리, 길거리 포장마차의 연탄 불판 소리 같은 것들은 시대가 바뀌면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도시 소리 채집은 문화 기록, 일상 아카이브, 추억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1) 기록성

    도시의 소리는 시기별 기술·도시 구조·교통 시스템을 반영한다.
    예:

    • 과거 지하철의 철제 문 닫힘 소리 vs 최신 전동차의 조용한 밀폐형 문 소리
    • 1990년대 냉장고 모터음 vs 최신 인버터 모터음
    • 오래된 골목의 배수구 물 흐름 소리 vs 재개발 지역의 기계 소음

    이런 차이는 소리로만 기록할 수 있는 도시의 역사다.

    2) 감각적 몰입

    도시는 시각적 정보가 지나치게 많아 감각 과부하가 일어나기 쉽다.
    하지만 소리로 도시에 접근하면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린다.

    • 바람의 방향
    • 도로 구조
    • 주변 건물의 재질
    • 공간의 크기

    이 모든 것이 소리로 드러난다.

    3) 사라지는 소리의 가치

    도시 개선은 소음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과거의 도시 소리’는 점점 희귀해진다.
    그러므로 소리 채집은 일종의 음향적 보존 작업이 된다.


    2. 도시 소리 채집의 기본 구조

    어반 사운드 채집은 사진 촬영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 대상 선택: 어떤 장소/상황을 기록할 것인지
    • 장비 세팅: 녹음기·마이크·바람막이·게인 조절
    • 채집 위치 선정: 벽 반사음, 인파 밀도 등 고려
    • 녹음: 연속적·단편적·점적 기록
    • 편집: 노이즈 컷, 바람 제거, 레벨링
    • 태그·분류: 날짜·장소·상황 기록
    • 아카이브: 폴더·메타데이터 체계 구축

    이 흐름만 이해하면 누가 해도 전문적인 채집이 가능해진다.


    3. 장비 선택 – 최소 장비부터 전문가용까지 완전 정리

    도시 소리 채집에서 장비는 매우 중요하지만, 반드시 비싼 장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목적과 스타일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3-1. 입문자용(간단 + 저예산)

    • 고성능 스마트폰 + 외장 마이크(Shure MV88, Zoom iQ7 등)
    • 소형 윈드스크린(바람막이)

    스마트폰 내장 마이크로도 가능하지만 바람과 저역 노이즈 때문에 퀄리티가 떨어진다.

    3-2. 중급자용(품질 + 휴대성 균형)

    • Zoom H1n, Tascam DR-05X 등 휴대용 레코더
    • Dead Cat 스타일 윈드쉴드
    • 거치용 미니 삼각대

    이 조합은 휴대성이 좋아 도시 여기저기 이동하며 채집하기 좋다.

    3-3. 고급자용(프로 사운드 채집)

    • Zoom H5/H6, Sony PCM-D100 같은 고성능 레코더
    • 스테레오 XY 마이크 어레이
    • Shotgun 마이크(Rode NTG 시리즈)
    • 고급 윈드쉴드(Rycote 수준)
    • 마운트 암, 쇼크마운트

    이 단계는 건축음향, 영화·다큐멘터리용 사운드 채집에서도 활용되는 수준이다.

    3-4. 필수 부가 장비

    • 윈드스크린(바람 소리 제거 핵심)
    • 쇼크마운트(걸음 진동 방지)
    • 파우치(습기 보호)
    • USB C 케이블(현장 백업)
    • 여분 배터리

    4. 도시 소리 채집을 위한 공간·장소 선택 가이드

    도시는 같은 장소라도 시간과 계절에 따라 소리가 완전히 달라진다.
    따라서 아래 기준으로 탐색하면 깊이 있는 채집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4-1. 이동 기반 장소

    • 지하철 역 출입구
    • 환승 구간의 발걸음 잔향
    • 버스 정류장의 정차음
    • 횡단보도 보행 신호음

    이동 구역은 ‘패턴’이 있어 반복적 소리가 녹음된다.

    4-2. 특정 기능을 가진 공간

    • 대형 서점의 장내 방송
    • 카페의 머신 압력음
    • 꽃 시장의 물 분무기
    • 공구 거리의 금속 가공음

    기능적 공간은 오브제가 만드는 독특한 음향이 존재한다.

    4-3. 자연 + 도시가 섞인 공간

    • 강변 산책로의 자전거 체인 소리
    • 공원 나뭇잎 + 멀리서 들리는 도로 소음
    • 비 오는 날 버스정류장의 지붕 낙수음

    자연과 도시가 섞일 때 공간적 깊이가 커진다.

    4-4. 심야 시간대

    • 새벽 3시 골목
    • 엘리베이터 웅음
    • 편의점 냉장고 모터음

    심야의 도시 소리는 ‘고요함 + 미세 소리’가 조합돼 매우 묘한 분위기를 낸다.


    5. 녹음 실전 – 전문 채집가들이 쓰는 녹음 루틴

    어반 사운드는 사진처럼 “구도”가 존재한다.
    소리를 어디서, 어떤 방향으로, 어떤 거리에서 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5-1. 마이크 방향 설정

    • 특정 소리를 강조하고 싶다면 그 소리를 향하게 한다.
    • 공간 전체 분위기를 담고 싶다면 90도~120도 간격의 스테레오 세팅을 사용한다.

    5-2. 게인(Gain) 조절

    게인을 너무 높이면 소리가 깨지고, 낮으면 디테일이 묻힌다.
    도시에서는 갑작스러운 큰 소리가 많기 때문에 게인을 중간 이하로 낮추는 것이 안전하다.

    5-3. 자리 선택

    벽 근처: 반사음이 커져 입체감↑
    도심 한가운데: 인파 흐름 기록에 적합
    넓은 광장: 잔향이 퍼져 몽환적 음향

    5-4. 움직이면서 녹음 vs 고정 녹음

    • 움직이면서 녹음하면 현장감은 높지만 발걸음·옷 스침 소리가 섞인다.
    • 고정 녹음은 한 장면에 집중할 때 좋다.

    6. 도시 소리 분류 체계 – 전문가용 태그 시스템

    도시 소리 아카이브를 만들려면 체계적 정리가 중요하다.

    6-1. 태그 구조

    • 장소 기반: 지하철, 시장, 카페, 골목, 공원, 고가차도 등
    • 시간 기반: 아침, 출근시간, 오후, 야간, 심야
    • 상황 기반: 비, 바람, 공사, 성수기, 주말
    • 소리 유형: 금속음, 발걸음, 모터음, 물소리, 바람, 방송

    6-2. 파일명 예시

    2025-11-17_Seoul_GangnamStation_Exit5_Rain_Ambience.wav
    이런 규칙을 만들면 수천 개가 쌓여도 찾기 쉽다.


    7. 편집(Editing) – 깊이 있게 기록하기 위한 후처리 기술

    도시 소리는 불필요한 잡음이 많고, 특정 음역만 과도하게 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본적인 편집 기술은 필수다.

    7-1. 노이즈 제거

    • 바람
    • 바닥 진동
    • 전기적 저역 노이즈

    Audition, Reaper, DaVinci Fairlight 등으로 정리한다.

    7-2. EQ 조절

    • 중저역을 다듬으면 공간감이 살아난다.
    • 고역을 지나치게 올리면 도시 특유의 거친 질감이 사라진다.

    7-3. 레벨링

    소리가 튀거나 사라지지 않도록 일정한 음량을 유지한다.

    7-4. 컷 편집

    도시 소리는 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에 너무 과도하게 잘라내면 자연스러움이 사라진다.
    진짜 현장감은 ‘작은 결점’을 살렸을 때 나온다.


    8. 도시 소리 채집가들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 TOP 7

    1. 바람막이 없이 녹음
      → 모든 소리가 바람에 묻힌다.
    2. 게인 조절 실패
      → 갑작스러운 자동차 경적음으로 전체 파일이 망가짐.
    3. 너무 짧게 녹음
      → 10~20초는 장면을 설명하기 부족. 최소 1분 이상 권장.
    4. 특정 소리만 노리다가 주변 환경을 놓침
      → 도시 소리는 “음향 환경 전체”를 기록하는 것이다.
    5. 파일명 정리 미흡
      → 몇 달 지나면 어떤 소리인지 구분 불가.
    6. 실내·실외 온습도 차를 고려하지 않음
      → 마이크에 결로 생기면 녹음 품질 떨어짐.
    7. 저녁 늦게 혼자 위험한 장소 이동
      → 채집은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이다.

    9. 도시 소리 채집의 확장 –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9-1. 나만의 도시 소리 라이브러리 구축

    녹음된 소리를 수천 개 모으면 일종의 ‘도시 음향 사전’이 된다.
    이는 단순 취미를 넘어 아카이브 작업으로 확장된다.

    9-2. 영상 배경음(BGM)으로 활용

    유튜브 브이로그, 도시 다큐, 여행 영상의 배경으로 매우 잘 어울린다.
    음악보다 자연스러워 체류시간도 올라간다.

    9-3. 사운드 아트(예술 작업)

    여러 도시 소리를 조합해 하나의 사운드 아트 작품을 만들 수 있다.

    9-4. 기억 아카이브

    과거 살았던 동네의 시장 소리, 어린 시절 놀던 놀이터의 철봉 삐걱임 등을 소리로 기록하면 시간이 지나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9-5. ASMR 콘텐츠

    도시 ASMR은 조용한 ASMR과 달리 환경적 요소가 살아있어 독특한 느낌을 준다.


    10. 도시 소리 채집을 더 깊게 즐기기 위한 실전 프로젝트 아이디어

    프로젝트 1 : “같은 장소, 다른 시간” 수집

    예: 서울역 광장 아침 8시 / 오후 3시 / 밤 11시
    → 소리만으로 도시의 하루가 보인다.

    프로젝트 2 : “사라지는 동네 소리 기록”

    재개발 예정 지역의 시장·골목·철문 소리 채집.

    프로젝트 3 : “비 오는 날 서울 지도 만들기”

    각 동네마다 빗소리의 반응 방식이 다르다.

    프로젝트 4 : “환승 구간 음향 아카이브”

    역마다 발걸음 잔향·환풍기 소리·벽 재질이 달라 느낌이 크게 차이난다.


    11. 마무리 – 도시 소리는 가장 작지만 가장 강렬한 기록이다

    도시 소리는 흔하지만, 누군가가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어반 사운드 채집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도시의 질감을 ‘소리’라는 방식으로 보존하는 활동이며, 기술·미학·기록이 결합된 가장 감각적인 초니치 취미다.
    장비와 기술만 익히면 누구나 도시의 흐름을 담은 나만의 음향 아카이브를 만들 수 있고, 이를 다양한 창작 활동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일상의 풍경을 새로운 감각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 도시 소리 채집은 최고의 취미가 된다.